[Fate/Zero] 01.
Posted 2011. 10. 26. 02:31* 본격 원작 날조 + 드림의 스멜을 풍기는 진행으로 접어듭니다.
* 내 랜서는 이렇지 않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를 외치셔도 책임 못짐 ㅇㅇ.
후유키 시에 도착한 아야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근거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미토의 저택은 후유키 시와는 다소 떨어진 곳이었기에 본격적으로 성배 전쟁이 시작되면 활동이 불편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저택을 근거지로 삼기에는 너무도 그 위치가 적나라하게 밝혀져 있는 곳이라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토오사카 토키오미같은 사람이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아야네는 방에 대강 짐을 풀어 정리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평범한 가정집 2층에 상경한 하숙생을 가장하여 들어온 아야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방 주변에 확 띄지 않을 정도의 결계를 쳐 놓는 일이었다. 일종의 경계용 결계이기에 감지 기능만 있으면 충분했다. 애당초 들고 온 짐이 그다지 많은 편도 아니었기에 방 정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옷가지며 읽을 책 등을 꽂아놓은 아야네는 아직 뜯지 않은 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상자 안에 있는 것은 조부가 마련해 놓은 성유물. 어떤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저 저택을 떠나기 며칠 전에 금고에서 꺼내기만 했을 뿐. 봉해진 상자를 손 끝으로 만지작거리던 아야네는 결국 그 날도 상자를 열지 못했다.
*
"토오사카 토키오미, 에미야 키리츠구, 코토미네 키레이."
그리고 시계탑의 대표. 그 마스터 후보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정보가 잡히질 않았다. 시계탑의 유력한 마스터 후보였던 로드 엘멜로이가 예상을 깨고 성배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것이 성배전쟁을 반 년 가량 앞둔 시점에서 흘러나온 유일한 정보였다.
시작의 세 가문 중 아인츠베른은 외부인인 에미야 키리츠구가 마스터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였다. 외부의 피가 섞이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는 아인츠베른의 유일한 외부인이었으니까. 토오사카 가에서는 현 당주인 토오사카 토키오미 외에는 적임자가 없었으니 확정적인 사실이었고. 문제는 마토였다. 마토 가에서 과연 내보낼만한 사람이 존재하긴 할까. 아야네는 펜 끝을 잘근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곧 고개를 가볍게 내저었다. 내보낼 사람이 없다면 이번 성배전쟁에서 마토는 오히려 '신경쓰지 않아도 될 상대'라고 단정지으면 그만이었다. 가장 상대하기 곤란할 마스터 둘의 정보를 입수한 것 만으로도 현재로써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었다. 파일에 서류를 정리해 넣은 아야네는 방 한 쪽에 얌전히 놓여있는 상자를 바라보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상자가 주는 부담감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무겁게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삐걱, 하고 침대가 울었다. 아야네는 상자를 끌어다가 방 한가운데에 놓고 한참을 내려다 보다가 칼을 꺼내어 봉해진 상자를 천천히 뜯었다. 제법 무거웠던 상자 안에는 단단히 닫힌 금속 상자가 하나 더 들어가 있었다. 함 같은 상자를 꺼낸 아야네는 가볍게 숨을 고르고는 금속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보기보다 더 가벼운 상자를 열었을 때, 안에는 두 자루의 검이 십자 모양으로 엇갈려 들어있었다. 한 쌍의 검. 아야네는 손을 뻗어 도신을 가만히 만져보았다. 손 끝에 금속 특유의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자 어째서인지 기묘한 현실감이 밀려들었다. 반 년 뒤가 아니라, 어쩌면 이미 성배전쟁은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지 않았을 뿐.
다른 마스터들이 최대한 강한 서번트를 찾기 위해 성유물을 입수하는 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면, 다른 성유물을 찾을 여력이 그들에 비해 많지 않은 아야네에겐 시간이 최대의 무기였다. 그렇다면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 모든 것이 다른 마스터들에 비해 부족하기만 하다면, 그것을 뒤엎을 '무언가'를 찾아야만 했다. 검을 짚고 있는 손 끝에 힘이 들어갔다.
*
소환 의식의 준비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확실히 이루어 져 갔다. 령주와 성유물이 존재한다면 이론 상으로는 언제든 서번트를 소환할 수 있을 터였다. 필요한 것은 소환에 필요한 진과 의식을 치를 장소, 그리고 제단. 시간이 없었다. 왜 진작 계약의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잠깐 해 보았지만 후회 할 시간조차도 아까웠다. 진을 그리는 데 필요한 피, 소환 의식에 방해되지 않을 장소까지 준비되었을 때, 아야네는 망설임 없이 의식을 진행했다. 제단 위에는 두 개의 검. 성유물과 성배와 마스터의 마력을 매개로 후유키 시 외곽의 오래된 공원 바닥의 마법진이 새하얗게 밤을 밝혔다. 한바탕, 서늘한 밤공기가 흔들렸다.
" - 고한다, 그대의 육체는 나의 곁으로, 나의 명운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의지에 따라 이 뜻, 이 이치에 따른다면 응하라."
귀가 따가울 정도로 나무들이 울어댔다. 손등의 령주는 마법진의 빛에 대응하듯 그 빛을 더해갔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온 약간의 고통에도 아야네의 영창은 멈추지 않았다.
"맹세를 여기에, 나는 상세(常世) 전부의 선이 되는 자, 나는 상세 전부의 악을 펴는 자, 그대 언령을 휘감은 칠천. 억제의 굴레로부터 오라 - "
숨이 막혔다,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는 것이 어째서인지 두려웠지만 시작된 영창을 멈출수는 없었다.
"천칭의 수호자여!"
그리고 빛이 폭발했다.
눈이 따가울 정도의 빛과 밀려나기라도 할 것 같이 거센 바람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반사적으로 팔을 올려 눈가를 가렸던 아야네는 어둠에 눈이 익숙해 지지 않아 몇 번인가 눈을 깜박였다.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진의 한 가운데에, 인영이 하나 서 있었다. 아야네는 들고 있던 팔을 천천히 내렸다. 발소리가 들리며 '그'가 움직였다.
"묻겠다, 나를 현세로 불러낸 주인은 그대인가?"
귓가에 닿은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현실감이 없었다. 아야네는 대답 대신 다시 한 번 눈을 깜박였다. 눈이 조금 더 어둠에 익숙해 지자 상대가 확실히 보였다. 훤칠한 키에 푸른빛이 약하게 도는 듯한 짙은 머리카락, 황금빛 눈동자, 왼쪽 눈가의 눈물점.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대답이 없는 아야네가 이상했던 듯, 그가 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저벅, 하는 발소리에 갑작스레 현실감이 밀려들었다.
".... 당신이, 내 서번트?"
무척이나 얼빠진 질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입 밖으로 나온 말을 주워담을수는 없었다. 아야네는 그런 자신을 속으로 약하게 비웃었지만 그렇게 하자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는 물끄러미 아야네를 바라보다가, 신기하게도 웃었다.
"신기한 아가씨로군. 아니면, 내 계약자가 아닌건가?"
"... 그런 것 같진 않지만."
빛바랜 흔적처럼 새겨져 있던 령주는 어느새 선명한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제 오른손등을 가만히 내려다 보며 그렇게 중얼거린 아야네는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올려다 보았다.
"미토 아야네. 당신의 마스터의 이름이야."
그 대답에 그는 다시 한 번 웃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두 개의 창을 한바퀴 빙글, 돌리며 제 옆 땅에 꽂았다. 창끝이 바닥에 꽂히는 소리에 아야네는 내심 움찔, 했지만 동요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 정도에 동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 쯤은 몇 번이고 되뇌어 왔던 일이었으니까. 그는 그런 아야네를 바라보다가, 다시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다. 세 걸음만에 그와 아야네의 사이는 손만 뻗으면 바로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좁혀졌다. 올려다 봐야 하는 높이. 그는 잠깐 아야네를 내려다 보다가, 그대로 한 쪽 무릎을 굽혔다. 그리고 한 손을 가슴에 올리고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마치, 그가 살았을지도 모를 그 시대에 기사가 예의를 갖추듯.
"디어뮈드 오 디나, 새로운 계약자이자 주인에게 경의를."
그 한 마디에 아야네는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 앞에 무릎 꿇고 예를 표하는 남자의 어깨가 짋어져야 할 짐이, 모조리 제 어깨위로 올라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천천히 고개를 든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금빛 눈동자에 배어있는 희미한 미소를 본 순간 그 중압감은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아야네는 손을 뻗었다.
"가자. 추워."
툭, 내뱉은 말에 그는 다시 웃었다.
+ 종 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4랜 말투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냥 날렸어 날렸다고 에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4랜 말투는 기본적으로 무게감 있는 반말일 것 같지만 마스터에게는 경어일 듯. 근데 왜 처음에 안 경어냐면 아직 계약이 제대로 성립이 안됐잖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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